9월의 시작은 9번째 담타로!
벌써 9월이라니, 믿겨지지 않는 날짜입니다. 한 해를 돌아보거나 내년을 계획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지만, 한달 한달 바뀔 때마다 점점 커지는 위기감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괜히 코너에 몰리는 기분이네요. 이럴때일수록 정신을 다잡기 위해 담타가 필요하죠! 싱숭생숭한 마음은 잠시 치워두고, 같이 담배에 불을 붙여 봅시다. 9월에도 여전히, 담최몇은 여러분의 담타를 책임지겠습니다.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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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의 담배, 화랑담배를 아십니까
by. 말과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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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달빛 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1950년대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전우애를 노래한 군가, ‘전우여 잘 자라’의 한 구절입니다. 노랫말 속 ‘화랑담배’는 긴 훈련과 전투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던 매개로, 그 시절 병사들과 애환을 함께한 전설적인 담배였죠. 이번 글에서는 당시 군에서 화랑담배가 병사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 시절 군대의 풍경을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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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5월, 국군 창설을 기념해 필터 없는 최초의 군용 담배 ‘화랑’이 생산되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신라의 화랑도 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같은 해 5월 15일부터 사병들에게 정식으로 보급되었고, 이후 1981년 12월까지 32년간 장수하며 무려 27억 갑이나 생산된 국내 최장수 담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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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전매청(현 KT&G)에서 생산된 화랑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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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막 보급되었을 당시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맛이 별로였던 데다가 필터가 없어 입 속으로 들어오는 담뱃가루를 뱉어내야 했죠. 결국 많은 병사들이 보급품 대신 사비를 들여 60원짜리 사제(私製)담배 '신탄진'을 사서 피웠고, 화랑담배는 관물대 위에 쌓여만 갔다고 합니다.
이후 병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필터가 달린 화랑담배가 다시 지급되고 나서야 관물대에서 자주 꺼내 피우는, 병사들의 심신을 달래주던 '그 화랑담배'가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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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구려도 어쨌든 담배는 소중한 자원이었기 때문에 병사들은 한 개피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너도나도 피워댔죠. 일부는 지급받은 담배를 관물대 안에 쌓아 두었다가 휴가 때 고향 아버지께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힘든 군 생활 속에서도 가족을 향한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었던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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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의 위계와 규율이 엄격했지만, 담배 앞에서만큼은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군에서 담배 한 대는 소통과 위로, 동료애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던 겁니다. 혹독한 훈련 중에도 ‘담배 일발장전’의 짧은 여유는 허락되었고, 그 한두 개피를 나누어 피우는 순간은 전우애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15갑씩 지급된 화랑담배는 언제나 부족했고, 암암리에 사재기가 벌어지거나, 담배가 귀하면 ‘복불복’ 놀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담배 한 개피를 돌려 피우다 재를 떨어뜨린 사람은 일정 기간 흡연에서 배제되는 식이었죠. 그만큼 담배는 군생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담배 뺏어 피우면 규정위반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빌려 피우면 갚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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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담배는 32년간 국군과 함께했지만, 이후 장병 처우 개선 차원에서 일반 담배인 ‘한산도’와 ‘은하수’가 보급되면서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이어 1990년 2월까지는 ‘백자’, 1994년 11월까지는 ‘솔’, 2000년 12월까지는 ‘88라이트’, 그 이후부터는 ‘디스’가 지급되다가 2009년 군용담배마저 완전히 폐지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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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값싼 군용 면세담배가 병사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흡연까지 부추긴다는 여론이 거셌고, 같은 해 미 국방부도 군에서 담배를 몰아내야 한다는 용역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금연 프로그램, 보조제, 마일리지 포상까지 도입되면서, “담배 일발 장전”이라는 외침과 함께 나눠 피우던 군대의 풍경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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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치 담배도 나눠 피우고
기쁜 일, 고된 일 다 함께 겪는
우리는 전우애로 굳게 뭉쳐진 책임을 다하는 방패"
이 가사가 보여주듯, 화랑담배는 병사들이 함께한 시간과 경험, 서로에 대한 신뢰를 담아낸 상징이었습니다. 그 한 모금, 한 개피 속에는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전우애와 일상의 기억이 녹아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화랑담배가 남긴 흔적은 그 시절 군대의 모습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오래 기억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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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987
https://emuseum.go.kr/m/detail?relicId=PS0100202500101316000000
https://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002&num=12936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70615/8454537/9?comm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306100000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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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음악 소개: Cage the Elephant - Cigarette Daydreams
by. s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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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돌아온 담배 음악 소개입니다! 오늘 소개할 음악 역시 제목에 "담배"가 들어갑니다. 밴드 Cage the Elephant의 3집 수록곡, Cigarette Daydreams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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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wanna find peace of mind (넌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은거야.)
Looking for the answer (해답을 찾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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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에서 Cage the Elephant는 이별을 마주한 화자의 혼란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노래합니다. 청량한 악기 소리와 희망적인 멜로디의 곡이지만, 보컬 Matt Shultz의 유니크한 보컬과 우울한 가사가 완전한 대비를 이루며 곡의 우울한 분위기를 더욱 가중시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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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당당하게 써 있는 Cigarette이지만, 의외로 Cigarette이라는 단어는 가사에 딱 한 번 밖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곡에서 담배는 직접적인 흡연이 아닌, 혼란스러운 상태 도중의 일시적인 위로와 평안, 그리고 옛 기억을 은유합니다. 작은 위로라고 하니... 2번째 담타에서 소개해드린 Пачка сигарет (담배 한 갑)과 겹쳐 보이는군요. 이 곡의 진짜 주제는 담배를 피울 때 떠오르는 감정과 잡생각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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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떨 때 담배를 피우게 되시나요? 무언가를 떠올리고 싶을 때? 아니면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어느 쪽이든간에, 잠시나마 원하는 안정을 담배와 함께 찾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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