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계절 (진짜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한동안 귀찮다는 이유로 서랍 속에 처박아두었던 지포 라이터를 다시 꺼내 들면,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 가을의 시작을 알립니다. 뚜껑을 닫을 때 울리는 찰칵 소리와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금속감, 그 소소한 만족이야말로 담배가 전하는 계절감의 일부겠지요.
가을은 또 파이프 담배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고된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을 곁에 두고 피우는 담배 한 대는 그 자체로 깊은 위안이 됩니다.
오늘도 잊지 않고 담최몇을 펼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열 번째 담타 시작합니다.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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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한 입 해바라! 디진다 아이가! - 담배 권장의 역사 by.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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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도, 정부도, 지자체도, 담배 판매점에서도, 심지어 담배 포장마저 금연을 권유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비흡연자에게 담배를 권유하는 것은 몹쓸 짓이 되었죠. 하지만 얼마 멀지 않은 과거에는 이곳 저곳에서 담배를 권유하던 역사가 있었습니다. 잠깐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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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담배 생산 기업들은 의사들을 고용하여 자사 제품을 홍보하였습니다. 당시에는 흡연의 해로움에 관한 연구가 부족했고, 실제로 많은 의사 또한 흡연자였습니다. 담배 회사에 고용된 의사들은 기관지 관련 질환의 원인은 흡연이 아닌 먼지, 세균, 그리고 멘톨의 부족이라는 주장을 했고, 그 발언은 그대로 인용되어 담배 기업들의 홍보물에 사용됩니다. 심지어는 과학자까지 동원하여 권위와 상징성으로 소비자들을 설득하려 노력했죠. 아래 예시들을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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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의사 선생님이 권장하는 신선한 담배를 피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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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 의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담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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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치과의사가 직접추천 하는 필터 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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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토스팅 공법으로 해로움을 줄였습니다. - 20,679명의 내과의사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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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50년 전후로 담배와 폐암의 상관관계가 확립되며, 이러한 과학적 권위를 이용한 광고는 금세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20년이라는 세월은 소비자들이 담배의 "무해함"을 믿으며 충성 고객이 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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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4] 베트남전 당시에도 담배는 배급 식량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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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러 국가의 군대에서는 군인들의 정신적 사기 증진과 피로 해소 목적으로 담배가 지급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이 가장 이 정책에 적극적이었는데,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엔 “식량 배급”에 담배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미국 육군 장군 존 조지프 퍼싱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총알만큼이나 담배가 필요하며, 바로 수천 톤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때맞춰 언론에서도 병사들의 흡연을 지지하자, 이 틈을 타 담배 회사들은 끊임없는 홍보와 무료 담배를 배포하였습니다. 심지어 민간인들이 전장에 담배를 보내 그들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독려하기도 했죠. 정말 물불 안 가리는 마케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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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금연 클리닉을 받고 있는 미군 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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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담배와 폐암의 상관관계가 명확해진 1950년 이후에도, 약 25년간 꾸준히 담배는 군대에 보급되었습니다. 하지만 각종 정책과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군인의 흡연율은 민간인의 흡연율보다 월등히 높다고 하니…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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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6] 담배 기업에게 영향을 가장 덜 받는 국가와 가장 많이 받는 국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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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 공산권 (동유럽, 중국, 소련 등)과 일본은 독점적으로 국영 담배 기업을 운영하며, 세수 확보와 농가 보호를 위하여 담배 소비를 장려해 왔습니다. 담배 소비자들은 국가의 꾸준한 수입원이었고, 담배 생산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곧 정부를 향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이였기 때문이죠. 현재에도 각종 이해관계와 로비가 얽혀 있어 소극적인 금연 정책을 펼치는 나라로는 아르헨티나, 도미니카 공화국, 인도네시아, 스위스, 그리고 미국이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꾸준히 담배 생산자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하여, WHO의 경고를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다른 많은 나라들도 담배 기업의 로비에 정치인들이 쩔쩔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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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낭만의 시대(?)를 뒤로 하고, 흡연은 질병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흡연자는 중독자가 되었고, 금연에 실패한 사람들은 의지박약으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최고의 고객이자 수입원에서, 국가적, 사회적으로 애물단지가 된 흡연자의 신세가 처량하기만 하네요. 국가와 의료계가 진심으로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과거 그리고 현재의 부끄러운 일들을 반성하고 고백하며 흡연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래도 전 꾸준히 흡연할 것 같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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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ing Tobacco and Drinks by. 말과 보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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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7] Coffee And Cigarettes(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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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의 시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음료와의 페어링일 겁니다. 흡연은 기본적으로 개인 취향의 영역이지만, 어떤 음료를 곁들이냐에 따라 그 순간의 경험이 미묘하게 달라지죠.
개인적으로는 커피나 물을 곁들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물은 담배의 풍미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다음 모금을 이어가게 해 준다는 점에서 가장 무난한 선택입니다. 커피 역시 담배와 어울리는 클래식한 조합으로, 입 안 가득 퍼지는 커피의 여운 속에서 담배의 섬세한 맛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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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8] Photo by Andris Bergmanis from Pexe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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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의 조합은 의외로 호불호가 갈립니다. 시가나 파이프와 함께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알코올의 자극이 오히려 담배의 섬세한 풍미를 해친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죠. (제가 그렇습니다) 다만 특정한 블렌드에서 예외가 있는데, 잉글리시, 발칸 블렌드나 벌리 블렌드는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특히 기네스 같은 흑맥주는 거의 모든 담배 블렌드와 궁합이 좋습니다.
흥미로운 건, 클래식한 조합을 벗어난 의외의 선택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콜라나 닥터 페퍼 같은 탄산음료, 혹은 시원한 아이스티가 있는데요. 이 조합은 스파이시한 매력을 지닌 블렌드와 함께할 때 굉장히 독특한 매력을 발휘합니다. 달콤하고 청량한 음료가 담배의 묵직한 풍미와 맞물리며, 입 안 가득 새로운 질감과 상쾌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겁니다.
차와의 페어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얼그레이, 다즐링과 같은 홍차류는 블렌드의 개성에 따라 대조적이거나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진한 블렌드에는 가벼운 차를, 가벼운 블렌드에는 묵직한 차를 곁들이는 식으로요. 담배 블렌드뿐 아니라 차의 블렌드까지 골라가며 균형을 맞출 수 있다니... 도대체 어디까지 재밌어질 셈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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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9] Strawberry Marshmallow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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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음료의 페어링에 특별한 규칙은 없습니다. 오직 개인의 취향에 달린 것이죠. 우리는 그저 한 모금의 연기와 한 모금의 음료가 만들어내는 조화 속에서 소소한 사치와 위안을 느끼면 됩니다.
흡연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행위이며, 그 순간을 어떻게 풍요롭게 꾸릴지는 각자의 몫이라는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저는 찐한 에스프레소에 오가닉 담배 한 대 태우러 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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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자료 출처
[이미지 7] Coffee And Cigarettes(2003)
[이미지 8] Photo by Andris Bergmanis from Pexels
[이미지 9] Strawberry Marshmallow(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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