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휴가의 시간
휴가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잠시 일상의 리듬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쉼을 찾는 시기죠.
그 한가운데에 늘 담배가 있습니다. 피우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아도,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시는 동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온전히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머물게 됩니다.
흡연은 이렇게 쉼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의식입니다. 흐름을 멈추고, 잠깐의 틈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도구이자, 작은 의례. 그래서 휴가의 풍경도, 담배와 함께일 때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쉼이 필요한 순간에 변함없이 곁에 있는 담배. 오늘도 그 한 대의 시간을 통해 각자의 휴식을 찾으시길 바라며, 8번째 담타 시작하겠습니다.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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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모노가타리2 - White BIC Lighter by.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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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 사이에선 여러 이상한 믿음이 존재합니다. (“내가 끊고 싶을 땐 바로 끊을 수 있어!” 같은 거 말고요) 담배와 관련된 각종 으스스한 도시전설과 미신들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떠돌아다닙니다. 그중 유명하거나 흥미로운 것들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사실들을 알아보는 두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것은 한국에서 조금 생소한 White BIC Lighter 라는 도시전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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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너무나 안타까운 이른 죽음, 27클럽 구성원의 일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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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핸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이들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그들은 혁명적인 록스타이자, 모두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안타까운 인물들입니다. 이들을 포함한 27세에 사망한 천재 뮤지션들을 묶어 27클럽이라고 부르곤 하죠. 그런데 1990년대 이후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들이 사망할 때 모두 흰색 BIC 라이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도시 전설이 돌기 시작하고,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흰색 라이터를 소지하고 있으면 불운이 찾아온다는 믿음이 서양권엔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전설.. 과연 사실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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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 이 귀여운 것이 죽음의 원인일리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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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근거 없는 소문입니다. 애초에 시간대가 맞지 않으니까요. 최초의 일회용 BIC 라이터는 1973년에 생산되었고, 지미 핸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은 이미 그 이전에 사망하였습니다. 커트 코베인의 사망 당시 현장엔 BIC 라이터 2개가 있었으나 둘 다 흰색이 아니었으며, 공식적인 경찰의 현장 기록에서도 흰색 라이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다른 뮤지션들의 사망 현장 기록에서도 (BIC이 아닌) 흰색 라이터에 관한 언급조차 없군요. 이렇게 금방 팩트체크가 가능한 도시전설임에도, 여전히 흰색 라이터는 불운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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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BIC Lighter 도시전설은 미국의 대마초 문화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집니다. 대마초는 1960년대부터 록 음악과 함께 히피 운동과 저항의 상징이었고, 대마 흡연자들은 라이터가 흰색일 경우 흡연 잔여물이 경찰의 눈에 더 잘 띄어 적발되기 쉽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흡연자들의 믿음과 습관, 그리고 록 음악을 대표하는 27클럽의 상징성이 합쳐져 이러한 도시 전설로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글을 쓰며 흰색 라이터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할 때, 담배보다 대마초 관련 뉴스와 커뮤니티의 언급이 훨씬 많았던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이제는 모든 흡연자를 아우르는 유명한 미신이 되어 여전히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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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Frank Ocean - Blond 앨범 커버 |
[이미지 6] 이현준 - 번역 중 손실 앨범 커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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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여전히 이어져오는 전설은, 각종 음악 속에 언급되기도 합니다. Frank Ocean은 Nights에서 “No white lighters 'til I fuck my twenty-eighth up" (난 28살 찍기 전엔 흰색 라이터 안 써) 라는 가사가 등장하고, 한국 힙합 앨범인 이현준 – Lost In Translation(필자의 완전 추천 앨범입니다!)엔 아예 White Lighter라는 제목의 곡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음악가들이 이른 죽음을 상징하기 위해 흰색 라이터를 자신의 창작물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대와 장르를 넘어, 하나의 아이콘이 된 흰색 라이터.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지만, 어쩌면 제조사인 BIC도 그렇게 기분나빠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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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BIC Lighter는 흡연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의 믿음과, 세상을 바꾸고 훌쩍 떠나버린 락스타를 향한 안타까움이 합쳐져 만들어진 도시전설이었습니다. 저번에 소개해드렸던 소원초에 이어 죽음과 관련되어 있는 도시전설이기에, 흡연과 죽음은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구나... 라는 조금 슬픈 생각도 했네요. 아무래도 좀 더 긍정적인 흡연 도시전설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예를 들면..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같은 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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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담배도 있다고 아는 척하기 좋음 by. 말과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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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특별한 담배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정한 장소에서 판매되었던 담배부터,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등장했던 기묘한 담배, 그리고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담배까지. 담배라는 매개체가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지, 그 독특한 사례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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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7] 담뱃갑 아래에 '가정의 행복까지 배팅하진 마십시오'라고 적혀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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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더스는 강원랜드에서만 판매되었던 국내 최초의 판매점 전용 담배입니다. 이름은 'Kangwonland with us'의 약자로, '고객을 위한 강원랜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8각형 포장 형태로 출시되었으며, 타르 5.5mg, 니코틴 0.55mg 함량의 제품입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다소 고스펙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저타르·저니코틴’ 제품군으로 분류되던 수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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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r Shit은 1970년대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판매되었던 독특한 담배입니다. 이름 그대로 '곰의 배설물'을 뜻하는 담배로, 곰뿐 아니라 황소(Bull Shit), 말(Horse Shit), 닭(Chicken Shit) 등 다양한 동물을 모티프로 한 변주판도 유통되었습니다. 패키지에는 “Made from Genuine and Unadulterated Bear Shit(진짜 곰똥으로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는데, 실제로 성분에 곰 배설물이 사용되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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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 소련에서 제작된 기념용 담배, Laika입니다. 1957년, 세계 최초로 우주에 보내진 개 '라이카'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죠. 우주 경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라이카라는 작은 생명이 감수한 희생을 상징하는 제품입니다. 패키지에는 스푸트니크 2호, 낫과 망치 문양이 새겨진 로켓, 달과 별 등 우주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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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Apple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세계관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상의 담배 브랜드입니다. 《펄프 픽션》, 《킬 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헤이트풀8》,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여러 작품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플래닛 테러》와 같은 타 감독 작품에서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일종의 이스터 에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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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토록 다양한 담배가 존재합니다. 어떤 것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떠올리게 하고, 어떤 것은 영화 속 장면이나 상상 속 기억과 맞닿아 있죠. 아직 우리가 마주하지 못한, 더 낯설고 기묘한 담배도 분명 있을 겁니다.
이 독특한 담배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각 제품이 담고 있는 문화와 시대적 맥락, 사람들의 취향과 상상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흥미로운 건 담배라는 사물 자체보다, 그 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경험이네요. 그러니까 우리도 지금 열심히 피워놓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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