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 피우고 오시죠?
첫 번째 뉴스레터가 발행되고 벌써 2주가 흘렀네요. 다시 한번 담최몇을 구독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구독자분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몰라도, 본문을 읽기 전 근처 흡연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시는 건 어떨까요? 바쁘고 힘들 땐 잠깐의 휴식을, 여유롭고 기쁠 땐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하여, 담최몇과 함께 한 대 피우고 오시죠!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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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그렇게 담배를 ‘멋있게’ 피우고 싶어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그 모습을 ‘멋있다’고 느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기호나 습관을 넘어, 담배가 문화적 상징으로 작동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연의 시대 속에서, 담배가 한때 지녔던 상징적 의미를 되짚는 동시에, 오늘날 흡연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볍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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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오랜 시간 동안 단순한 행위를 넘어 문화적 기호, 미학적 코드로 작동해왔습니다. 영화, 드라마, 문학, 만화 등 수많은 매체 속에서 담배는 인물의 내면을 암시하거나 장면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도구로 활용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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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주윤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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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의 이미지는 종종 말보다 강한 상징성을 띱니다.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는 이미지는 고독, 사유, 내면의 분열, 혹은 사회와의 거리감을 드러내는 연출 장치가 되곤 하죠. 이는 단순한 연출이라기보다, 당대의 정서와 시대적 조건 속에서 생겨난 문화적 표현입니다.
한때 담배는 근대적 개인의 상징이었습니다. 고립감이나 정체성의 불안, 권위에 대한 저항 같은 감정들이 그 안에 스며 있었고, 천천히 피어오르는 연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여운이자, 장면 전체를 감싸는 미학적 필터였습니다. 금연과 규제가 일상화된 지금에도 그 이미지가 강력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흡연이 '말 없는 언어'로서 우리 문화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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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한때 약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담배는 위생과 건강을 중시하는 담론 속에서 점차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됩니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퇴출당해 마땅한 기호로 자리매김한 것이죠. 흡연자는 더 이상 고독한 지식인도, 자유로운 예술가도 아닌 '남에게 피해 주는 존재' 혹은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으로 비춰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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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논리적입니다. 공공의 건강을 위한다는 목적.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흡연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인 이미지로 귀결됩니다. 이제는 '담배를 어떻게 피우는가'라는 문제보다, '왜 아직도 피우는가'라는 질문만이 남은 시대가 된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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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배수로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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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흡연은 지저분한 행위로 간주됩니다. 바닥에 재를 털고, 침이 묻은 필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죠. 담배에 대한 멸시는 흡연자들에게 내면화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체념적으로 수용하거나 자포자기의 태도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화적 맥락이 제거된 채 개인의 습관만 남겨진 상태, 그것이 바로 오늘날 궐련 흡연의 초라한 풍경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담배를 어떻게 '다시' 피울 수 있을까? 흡연은 단지 끊어야 할 유해행위인가?
지금 이 시대에 '괜찮은 흡연'을 논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어쩌면 부적절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보건의 필요와 자아표현의 권리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양측 모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흡연을 단죄하거나 미화하기 이전에 그 문화를 보다 성숙하고 다층적인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일일 것입니다.
흡연은 사라지는 기호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건강과 문화, 규제와 자유 사이에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을 상상해야 할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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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음악 소개: Кино - Пачка сигарет (키노 – 담배 한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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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자막] 키노(Кино) - 담배 한 갑(Пачка сигарет) 도네츠크 실황 Donetsk l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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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릴 음악은 소련의 전설적 밴드 Кино(키노)의 정규 6집 Звезда по имени Солнце(태양이라는 이름의 별, 1989)의 6번 트랙, Пачка сигарет(담배 한 갑]으로 정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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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는 1980년대 활동했던 소련의 록 밴드입니다. 밴드의 중심이었던 Виктор Цой(빅토르 초이)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인한 짧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약 4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 만큼, 음악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빅토르 초이의 짧은 삶과 키노의 음악은 그 당시 시대상을 잘 대변하고 있기에, 흥미가 있다면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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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흡연하는 사진이 많이 남아있네요. 꽤 담배를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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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을 선정한 가장 큰 이유라면 현실 속 고민과 걱정 속에서 위로를 주는 담배를 이야기하는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인데요, 흡연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2주간 너무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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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후렴구처럼…
Но если есть в кармане пачка сигарет,
(하지만 주머니 속에 담배 한 갑이 있다면,)
Значит все не так уж плохо на сегодняшний день.
(오늘 하루는 그리 나쁘지 않겠지)
구독자 여러분도 주머니 속 담배 한 갑과 함께 그리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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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이미지 1 - 영웅본색(英雄本色: A Better Tomorrow, 1986)
이미지 2 - MBC, '무한도전'
이미지 3 - 중앙일보, '담배꽁초, 쓰레기가 아닙니다. 유해 폐기물입니다.'
이미지 4 - 알렉산더 코스틴, RIA Novosti
이미지 5 - Portrait of a Generation: “Rock”, Kultu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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