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끝!
올해 장마는 유난히 길고 끈적했죠.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던 그 시기엔 세상의 속도도 조금 느려진 듯했습니다. 그런 날에는 이상하리만치 담배가 더 맛있게 느껴지죠. 한 손엔 우산, 다른 손엔 가방을 든 채 고개를 약간 숙이고 피우는 한 대는 조금 번거롭긴 해도, 비 오는 날만의 웃긴 불편함 정도로 감수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불편한 자세와 젖은 팔소매를 감수하면서까지 ‘담타’를 택하는 건, 오직 그런 날에만 허락되는 어떤 맛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길고 무거웠던 장마가 지나가고, 이제는 한결 가벼워진 공기 속에서 다시 일상의 리듬을 찾아갑니다. 비가 오든, 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위가 찾아오든, 변함없이 담배 한 대를 손에 들고 일어서는 모든 분들의 꾸준함과 그 속에서 찾는 작은 위로에 오늘도 깊은 응원을 보냅니다. 느릿한 장마의 리듬을 지나 다시 찾아온 일상의 속도 속에서, 오늘의 담최몇 시작합니다.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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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하면 떠오르는 숫자가 있으신가요? 한 갑엔 20개의 담배가 들어있고, 가격 4,500원, 타르 함량은 6mg…. 조금 더 담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길이 84mm, 지름 8mm(킹사이즈 기준) 등의 숫자가 떠오르실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은 여러분을 조금 더 담배에 진심인 것처럼 보이게 해줄 통계와 순위들을 소개합니다! (지인과 담배 타임 때 써먹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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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선 2024년 기준 전 세계의 흡연자 수를 12억 4,500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성인 인구로만 따진다면 약 21%의 인구가 담배를 소비하는 셈이죠. 그리고 인당 하루에 평균 10~15개비를 피운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국가/나이별 차이는 존재합니다.) 하루에만 온 지구에서 약 120억~150억 개의 담배가 타들어 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이제 혼자 피우는 담배가 외롭지 않은 것 같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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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생산하기 위해선 당연히 담뱃잎이 필요하겠죠? 중국은 1년에 약 280만 톤의 담뱃잎을 생산하며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인도(약 76만 톤)와 브라질(약 67만 톤)이 있지만, 중국과의 격차는 절대 좁힐 수 없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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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국은 저 어마어마한 양의 담배를 다 어디에 쓸까요? 놀랍게도, 대부분 내수로 해결합니다. 아무래도 자국 내 흡연자 3억 명에게 담배를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덕분에 수출 시장은 브라질이 1위, 인도가 2위를 달리고 있는데요, 최근 인도는 국가 주도로 담배 산업을 장려하며 점차 영향력을 넓히는 추세라고 합니다. 브라질…. 긴장해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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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저 포르쉐….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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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이 오를 때마다, 흡연자들은 “더러워서 끊는다!”라며 화를 내곤 하죠. 담배 가격 인상은 여러 국가가 흡연율 저하를 위해 애용하는 카드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더러워서 못 피울' 정도로 담배가 가장 비싼 나라는 어디일까요? 호주는 담배 한 갑을 평균 36,000원(40호주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덕분인지 호주의 흡연율은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호주인이 뽑은 금연 이유 1위가 건강이 아닌 “가격 부담”인 것에서 그들의 진심 어린 분노가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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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브랜드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담배 한 대의 무게는 약 1g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1g 속엔 담뱃잎이 약 0.65g이 들어있으니, 필터의 무게는 약 0.35g 정도겠군요.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담뱃잎의 니코틴 함유 비율은 0.6~3%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담배 한 대의 니코틴은 최대치로 보면 0.65*0.03 = 0.0195! 즉,표시된 함량을 아득히 뛰어넘은 19.5mg이나 들어있지만…. (최저치로 계산해도4mg입니다) 연소 과정과 필터를 거치며 대부분 손실되어 0.4~1.0mg만이 몸에 흡수됩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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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소비도 많은 만큼 범지구적 골칫덩어리기 때문에 수많은 통계가 존재합니다. 이런 것도 통계를 낸다고? 할 만큼 세세한 통계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죠. 제가 소개해 드린 숫자들 이외에도 문득 궁금해진 숫자가 있다면 검색해 보시길 바랍니다. 담배 속의 수많은 숫자를 알게 된다면 그만큼 더 맛있는 흡연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자료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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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속 흡연자 캐릭터와 그들이 피우는 담배 브랜드 by. 말과 보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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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은 애니메이션 속 흡연 장면을 보며, “이 캐릭터는 어떤 담배를 피울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다소 씹덕스러운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많은 작품들이 캐릭터의 흡연 설정을 단지 멋을 위한 소품으로만 그리지는 않습니다. 어떤 브랜드인지, 어디에서 주로 피우고, 어디서 구매하는지까지 묘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이는 단순히 픽션의 리얼리티를 정밀하게 설계하려는 것을 넘어, 캐릭터의 성격과 삶을 반영하는 장치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한 캐릭터가 값싸고 독한 담배를 피운다고 설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그 캐릭터의 경제적 상황을 암시하거나,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투박함을 보여주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련되고 개성 강한 브랜드를 피우는 캐릭터라면, 그 안에는 일종의 미적 감각이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식이 깃들어 있을 가능성도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에서는 애니메이션 속 흡연자 캐릭터들과, 그들이 피우는 담배 브랜드를 함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그 디테일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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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주인공, 이토 카이지는 그야말로 루저의 전형이지만 극한의 도박 상황에 몰리면 천재적인 두뇌 회전과 통찰력을 발휘하는 인물입니다. 승부를 위해서는 자기 귀를 자를 만큼 배짱도 크지만,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무능과 무기력, 도박 중독에 빠지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그런 그가 피우는 담배는 '말보로'로, 남성적이고 터프한 이미지가 그의 처절한 생존 본능과 잘 어울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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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마리 스케치(집주인大家さん) - 하이라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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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히다마리 스케치》의 히다마리장 주인. 본명도 나이도 알려지지 않은 그녀는 오직 ‘오야상’이라 불립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양호실 안에서도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다소 자유로운 모습으로 그려지죠. 그런 그녀가 선택한 담배는 ‘하이라이트’입니다. 자기만의 세계를 지닌 그녀에게 어울리는 담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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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과학의 금서목록(츠쿠요미 코모에) - 에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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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의 츠쿠요미 코모에. 외형만 보면 초등학생 같지만, 나름 연차가 있는 교사 캐릭터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흡연 장면이 직접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지만, 원작에서는 헤비 스모커로 묘사되죠. 그런 그녀가 피우는 담배는 '에코'. 아이의 외형을 가진 캐릭터가 꽁초로 가득 찬 재떨이를 남긴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갭(모에)를 만들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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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딸기 마시마로》의 이토 노부에는 ‘마일드 세븐’.
학교에서의 수업 태도가 불량하고, 흡연과 조퇴가 잦아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는 겁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공부에 큰 관심이 없고 요리에도 서툴지만, 이런 현실적인 약점들이 오히려 그녀만의 인간적인 매력을 더해줍니다. 이 같은 면모는 마일드 세븐 특유의 부드러운 맛 속에 숨겨진 중후한 깊이와도 묘하게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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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눈에 띄는 예들이 있습니다. 《루팡 3세》의 루팡은 프랑스 담배 ‘지탄’을, 《듀라라라!!》의 시즈오는 '아메리칸 스피릿'을 피웁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 선배는 파리 유학 시절에 '골루아즈'를, 귀국 후에는 '럭키 스트라이크'를 피우죠. 그의 높은 자존감과 엄격함이 이 두 브랜드에서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물론 좀 오타쿠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현실의 담배 브랜드와 겹쳐 상상해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흥미롭고 즐겁습니다. 그저 흡연자라는 설정만 알고 있을 때보다,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까지 알게 되면 캐릭터에 대한 해상도가 조금은 더 선명해지니까요.
이 중에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다면, 혹은 오늘부로 괜히 관심이 가기 시작한 캐릭터가 있다면, 그들이 선택한 담배를 실제로 한 번쯤 피워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진짜 쓰레기 담배는 넣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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