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은 여름보다 뜨겁다
안녕하세요, 습하고 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러 나가기엔 참 힘든 날씨가 아닐 수 없네요. 이런 날씨에도 흡연을 위해 밖으로 나오신 여러분의 즐거운 담배 타임을 위하여, 4번째 담타로 돌아왔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 모두를 응원하며 오늘의 담최몇, 시작하겠습니다!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
|
전자담배의 시대입니다. 작고 세련된 디자인, 무취에 가까운 연기, 액상이나 팟을 교체하기만 하면 되는 간편함까지. 흡연은 점점 더 ‘티 나지 않게’, 그리고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불 대신 배터리가 열을 발생시키고, 담뱃잎 대신 향이 섞인 액상이 증기를 만들어냅니다. 연초가 타는 냄새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시원하고 달기만 하면 그만인 흡입입니다. ‘피운다’기보다는 ‘사용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대. 흡연은 무감각하고 투명한 행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굳이 종이를 꺼내고, 담뱃잎을 펼치고, 손으로 그것을 말아 불을 붙이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는 단순히 옛 방식의 재현이 아니라, 감각이라는 잃어버린 언어에 대한 복원적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그 언어를 되살리는 흡연의 방식, 롤링타바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
|
‘롤링타바코(Rolling Tobacco)’는 말 그대로 종이에 연초와 필터를 넣고 직접 말아 피우는 수제 담배입니다. 기성 궐련이 하나의 정해진 맛을 강제한다면, 롤링타바코는 연초의 종류부터 필터의 길이,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종이까지 흡연자의 선택에 맡깁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담배를 소비하는 행위를 넘어 담배를 ‘만든다’는 감각을 동반합니다.
무엇보다 롤링타바코의 가장 큰 매력은 연초 본연의 향과 맛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시판 궐련에는 각종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어 특유의 묵직하고 자극적인 냄새를 남깁니다. 우리가 흔히 담배 냄새라고 인식하는 그것은, 사실 연초 자체의 향이라기보다 화학적 가공에서 비롯된 잔향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롤링타바코에서는 나무껍질의 떫은 향, 마른 풀에서 풍기는 은은한 단내, 태워진 식물의 기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
|
|
[이미지 2] 저는 푸에블로 클래식을 좋아합니다 |
|
|
롤링타바코의 ‘말기’라는 행위는 선택과 조율을 전제로 합니다. 연초의 양을 가늠하고, 종이를 고르고, 필터를 끼워 넣는 과정은 담배 한 개비를 만들어내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흡연이라는 행위를 새롭게 구성하는 경험이 됩니다.
그리고 직접 말아 피운 만큼, 그 결과 역시 수동적으로 소비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내가 고른 잎, 내가 고른 종이, 내가 만든 형태 앞에 서게 됩니다. 손끝에 느껴지는 마른 잎의 거친 표면, 종이가 말려 올라갈 때의 사소한 마찰, 불을 붙일 때의 긴장감과 연기가 입안에 닿는 순간까지, 흡연의 모든 감각이 선명해집니다. |
|
|
[이미지 3] 핸드롤링(hand rolling) 하는 법 |
|
|
담배를 말아 피운다는 행위는 번거롭고 느리며, 더 이상 저렴한 선택지도 아닙니다. 과거에는 비용 때문에 선택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시간과 수고, 비용까지 더 드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됐다...) 그럼에도 이 불편함은 흡연이라는 익숙한 행위에 새로운 감각을 개입시킬 여지를 만듭니다. 같은 흡연일지라도,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태도와 인식을 불러올 수 있죠.
롤링타바코가 니코틴을 섭취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그 과정을 직접 구성하는 경험을 통해 익숙했던 습관을 '의식적 경험'의 차원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손으로 말아 피우는 일련의 과정은 흡연이라는 행위를 다시 조립하게 만들고, 그 조립은 감각을 되살리는 계기가 됩니다.
꼭 롤링타바코가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흡연이 어느새 기계적인 습관이 되었다면, 또는 무뎌진 감각을 다시 점검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말아서 피워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
|
|
담배모노가타리 - Lucky Cigarette(소원초) by. sung |
|
|
흡연자들 사이에선 여러 이상한 믿음이 존재합니다. (“내가 끊고 싶을 땐 바로 끊을 수 있어!” 같은 거 말고요) 담배와 관련된 각종 으스스한 도시전설과 미신들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떠돌아다닙니다. 그중 유명하거나 흥미로운 것들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사실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
|
|
새 담배의 비닐 포장을 벗기고 설레는 마음으로 갑을 연 당신! 가장 처음으로 무엇을 하실 건가요? 담배 한 개비를 골라 거꾸로 꽂아 보는 건 어떨까요? 소원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담배 관련 미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미권에서는 Lucky Cigarette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군요.
|
|
|
이 믿음의 공통적 행위는 새로 구매한 담배의 한 개비를 필터가 아래를 향하게 꽂아둔 다음, 그 담배를 마지막에 피우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그저 소원초를 피울 때 소원을 빌며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끝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한 갑을 다 피우기 전에 실수로 Lucky Cigarette을 먼저 피우면 재수가 없다.” 같은 약간 무서운 내용까지 있습니다. 이러한 미신은 어디서 유래된 걸까요? |
|
|
[이미지 4] Lucky Strike가 가장 흔한 보급담배였던 것도 상관 있었을까요? |
|
|
모든 미신이 그렇듯 소원초의 정확한 유래를 찾기는 어렵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제2차 세계 대전 전쟁터에서 유래됐다는 것입니다. 이 당시엔 위 사진과 같은 논-필터담배가 군의 보급품이었는데요, 병사들은 새 담배를 보급받았을 때 모든 담배를 거꾸로 꽂아 두었다고 합니다. 보급 담배는 사진과 같이 상표가 아래쪽에 찍혀 있었는데, 흡연 시 상표 쪽을 먼저 태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떤 이유로 흡연 중이던 담배를 떨어뜨리고 자리를 뜨게 된다면, 상표를 통한 적의 빠른 피아식별을 방해하기 위함이었죠. 이렇게 보급받은 담배를 모두 피웠다는 것은 험난한 전장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운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Lucky Cigarette 미신이 시작됩니다.
|
|
|
[이미지 5] 익숙한 모습의 베트남전 당시 미군 보급 담배 |
|
|
현재와 같이 마지막 한 개비만을 뒤집어 놓는 행위는 베트남전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본격적으로 필터담배가 병사들에게 보급되며 담배를 거꾸로 피울 수 없게 되자, 갑에서 한 개비를 정하여 뒤집어 두기 시작했습니다.(담배 필터의 역사는 첫번째 담타를 참조해주세요!) 물론 여기서도 뒤집어 둔 마지막 담배를 피운다는 건 전쟁터에서 살아남았고, 그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녔고요. 이렇게 Lucky Cigarette은 전장에서 돌아온 참전용사들로부터 행운을 기원하는 행위로 점점 퍼져 나가 지금의 Lucky Cigarette - 소원초의 형태가 완성 되었습니다.
|
|
|
[이미지 6] 알고보면 꽤 비극적인 시작을 가지고 있는 미신 |
|
|
흥미로운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각종 자료를 찾아볼수록 마음이 아픈 주제였습니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전장에서 살아남고 싶었던 그들의 절박함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미신이 만들어진 뒤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터에서 많은 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오늘 소원초를 피울 일이 있으시다면, 그들의 평화와 안식을 기원하며 태워보시는건 어떨까요? 더 이상의 비극이 없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치겠습니다. |
|
|
참조 자료
sofrep - The US Military Superstition of Flipping A “Lucky Cigarette”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