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이셨죠? 그럼 시작합니다
더위가 슬그머니 찾아오는 걸 보니, 여름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는 듯합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손에 쥔 담배의 열기가 버겁게 느껴지고, 피우러 나가는 일조차 번거롭게 다가오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담배 한 대가 더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죠.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짧은 집중을 가능하게 해주는 자극, 무기력한 흐름을 잠시 끊어주는 리듬. 찬 음료 없이 버티기 힘든 계절인 만큼, 담배 한 대가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 여름의 초입에, 담최몇은 구독자 100명을 달성했습니다. 담배 타임에 이 뉴스레터를 떠올려주신 분들이 이만큼이나 모였다고 생각하니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힘내서 담배 타임의 작은 기쁨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름은 시작됐고, 담최몇도 계속됩니다. 오늘도 한 대 태우며 편하게 읽어주세요.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
|
업계와 국가는 비흡연의 꿈을 꾸는가? by. sung
|
|
|
최근, 몸에 니코틴을 채우는 방법이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흔히 찌는 담배라고 부르는 가열형 담배, 액상을 사용하는 전자 담배, 최근 SNS와 숏폼을 타고 대세로 떠오른 니코틴 파우치까지... 이런 상황에서, 전통의 강자였던 연초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이 변화의 시작과 현 상황을 알아봅시다! |
|
|
[이미지 1]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필립 모리스의 비연소형 제품들 |
|
|
열풍의 시작은 담배업계 글로벌 1위인 필립 모리스였습니다. 필립 모리스는 2016년 Smoke-Free Futur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비연소형 제품 개발, 생산, 유통에 집중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그다음 해인 2017년에는 CEO가 직접 “우리는 궐련 담배를 퇴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다.” 라는 발언을 할 정도로 자신들의 경영 방침이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죠.
|
|
|
선언 이후로 필립 모리스는 가장 빠를 뿐만 아니라, 가장 공격적으로 비연소형 제품에 투자를 시작합니다. 그 덕분일까요? 2025년 1분기 현재, IQOS(가열형)와 ZYN(니코틴 파우치)이 각자의 시장에서 판매량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자신들의 방향이 옳았음을 증명해 내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
|
|
[이미지 2] BAT의 미래전략을 소개하는 도식 |
|
|
업계 2위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이하 BAT)도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A Better Tomorrow라는 이름으로 2030년까지 5천만 명의 비연소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을 기업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BAT도 마찬가지로 glo(가열형), Vuse(액상 전자담배), VELO(니코틴 파우치)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며 전환의 시작을 알렸죠. BAT는 궐련 대체품의 후발주자인만큼 전반적인 시장 점유율은 떨어지지만, 뚜렷한 매출 성장세를 보여주며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듯 보입니다. |
|
|
대체품들의 파급력이 수치로 증명되기 시작하자, 다른 담배 기업들도 앞다투어 전통적 궐련의 비중을 줄이고 제품의 다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업계 전체의 급진적 변화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소비자층을 가지고 있는 산업에서 흔한 일은 아니죠. 그런데 대체 무엇이 그들을 부추기게 된 걸까요? 먼저 살짝 말씀드리자면, 그저 이윤 때문은 아닙니다. |
|
|
[이미지 3] 천신만고 끝에 영국 하원을 통과한 Tobacco and Vapes Bill의 진행 상황 |
|
|
현재 영국 상원 의회에서는 담배 없는 세대(Smoke-free Generation)라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Tobacco and Vapes Bill을 심의 중이고, 유럽연합에선 담뱃세 개편을 진행 중이며, 캐나다와 호주는 담배의 포장과 경고문구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 중입니다. |
|
|
이렇듯 각국의 강력한 규제가 시작되자, 전 세계적으로 궐련의 판매량과 흡연 인구는 꾸준히 하락세를 타며 기업의 매출과 이익에 타격을 주게 됩니다. 흡연 인구가 줄어드니 사회에선 흡연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리하여 다시 흡연 인구가 줄어드는 죽음의 순환고리를 기업이 막을 방법은 없는 것 같았지만… |
|
|
이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비연소형 니코틴 제품(가열형, 파우치, 액상 등)입니다. 신제품을 향한 규제는 각종 이해사정으로 지연되거나 법안의 주요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혹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딱 좋은 아이템이 되었죠. 소비자의 건강염려, 지속 가능한 경영 등 기업 입장에서 여러 좋은 구실을 붙이기에도 안성맞춤인 건 보너스네요. |
|
|
[이미지 4] 호주로 밀수되는 불법 담배들. 호주는 담배가 제일 비싼 나라 중 한 곳입니다. |
|
|
큰 규제엔 큰 책임이 있기 마련인 걸까요? 강력한 규제와 비연소형 제품의 유행으로 인한 부작용은 벌써 이곳저곳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담뱃값이 상승하자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담배가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되며 세수 손실이 증가하고, 오히려 흡연 접근성이 좋아져 결과적으로 흡연 관련 공공의료와 서비스 분야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액상형 담배의 폭발이나 화재사고 소식도 여전히 들려오고요. 기타 비연소형 제품들의 부작용 관련 연구 결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야심 찼던 신사업도 장래가 빠르게 어두워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
|
|
[이미지 5] 업계, 국가, 흡연자 모두 이런 기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
|
|
이제 규제 강화와 대체품의 보급이 과연 흡연의 진정한 대안일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강도 높고 성급한 규제와 배척은 반발과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는 것을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대체 니코틴 제품들은 안전성과 유해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대기업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시장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입법부와 규제기관이 이 속도를 따라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겁니다) 이 모든 게 흡연자의 건강을 위하여 하는 일이라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흡연자들의 의견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만약 그들이 진정으로 "모두가 건강한, 담배 없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합의와 설득을 통해 그 과정을 밟아야 할 것입니다. |
|
|
참고자료:
PMI 공식 홈페이지, BAT 공식 홈페이지, PMI IR, BAT IR, 영국 의회, 흡연 유병률 추세에 관한 WHO 글로벌 보고서, ESG 경제(혐오 사진 주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지디넷, Tobacco Reporter, Tobacco Control |
|
|
담배 영화 소개: 《Smoke(1995)》 by. 말과 보루
|
|
|
오늘 소개할 영화 《Smoke(1995)》는 브루클린의 작은 담배가게를 무대로,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든 우연과 관계의 온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가게 주인 오기와 그의 곁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마주하는 사소하지만 깊은 순간들을 통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삶에 깃든 조용한 감정을 포착해냅니다. |
|
|
이 영화에서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방식이며 삶의 한 장면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외로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서로에게 스며듭니다. 그렇게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삶은 스치고 얽히며, 우리는 인생의 덧없음과 동시에 그 안에 숨겨진 따뜻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 그 사소해 보이는 만남들이 사실은 우리 삶을 이뤄가는 조각들이라는 것. 《Smoke》는 그 조각들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이야기합니다. |
|
|
'Smoke'라는 제목 또한 단지 오기의 가게나 그가 파는 담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과 기억, 그리고 삶의 무게에 대한 은유입니다. 금방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사소하고 덧없어 보이는 순간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이루는 본질이라는 것이죠. |
|
|
영화는 조용하고도 단단한 어조로 말합니다. 우리를 진정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연기처럼 스며드는 체온과 누군가와의 작지만 깊은 인연이라고. |
|
|
이미지 출처
이미지 1 - PMI IR, PMI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3 - Tobacco and Vapes Bill, UK Parliament
이미지 4 - Illegal tobacco burns $1.61bn tax hole, Heralsun AU
이미지 5 - 도박묵시록 카이지
이미지 6, 7, 8 - Smoke(1995)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