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너무 추워요 살려주세요
숨을 내쉴 때마다 공기가 차갑게 스칩니다. 손끝은 금세 얼어붙고, 얼굴에 닿는 바람이 따갑습니다. 이렇게까지 추운데 굳이 담배를 피워야 하나 싶다가도, 결국 주머니 속 라이터를 꺼내게 되죠.
매서운 바람 속에서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불을 붙이면, 그 짧은 순간만큼은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해집니다. 차갑고 맑은 공기 속에서 연기가 천천히 퍼지고, 폐 속 깊이 묵직한 여운이 오래도록 머뭅니다. 겨울의 흡연은 혹독한 만큼, 내가 이 계절 속에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 같네요.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도 담최몇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열세 번째 담타 시작합니다.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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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당신은 대체... - 담배를 상추로? 대체하라! by. s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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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담배 대체품 기호 1번, 옥수수대 |
[이미지 2] 담배 대체품 기호 2번, 해바라기 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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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불평불만의 대상이었습니다. 무려 17세기 초반의 유럽의 기록에서도 흡연자들은 맛과 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비흡연자들은 냄새와 연기에 대하여 불평하는 글을 찾을 수 있을만큼 오래 되었죠. 그 이후부터 담배를 다른 식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종종 있었습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선 "곱게 썬 옥수수대"나 "해바라기 잎과 루바브 잎을 혼합"한 담배에 대한 특허가 출원되었고, 1940년대 후반, 담배와 폐암의 상관관계가 점점 명확해지자 다시 한 번 담배를 대체하기 위해 각종 허브를 조합하여 상품화 하려는 노력이 있었죠. 물론 큰 성공이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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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자신의 잔고와 폐건강을 담보로 상추 담배를 개발한 푸잔트 토리기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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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약사 토리지안은 잎채소를 가공하여 담배와 유사하게 만드는 공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채소는.. 상추(!)였습니다. 상추는 담배와 외관이 비슷했고, 맛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죠. 그는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상추뿐만이 아닌 200종이 넘는 식물을 직접 피워보며 "대부분 맛이 끔찍했고 속을 메스껍게 했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5년 후, 그는 투자자들과 함께 공장을 열고, 2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매달 9만갑의 상추 담배를 BRAVO(브라보)라는 이름으로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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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4] BRAVO를 마트에서 시연하고 있는 여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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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토리지안의 기업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72년에 파산하고 맙니다. 혹자는 거대한 담배 산업에게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 원인이라 말하고, 토리지안 본인은 물류 문제와 사업 파트너간의 문제가 원인이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담배 그 자체의 맛이었죠. BRAVO의 소비자들은 "신문지에 커피 찌꺼기를 넣은 것보다 맛이 없고, 낡은 양말을 피우는 냄새가 난다"라며 혹평하였습니다. 이렇게만 끝난다면 괴짜 발명가의 흔한 실패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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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재출시! 후 재파산...한 BRAVO 웹페이지 소개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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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지안은 사업이 한창이던 1967년, 미국 상원의 안전한 담배 개발 청문회에 출석하여 "필터가 건강을 지켜준다는 믿음을 갖지 말 것"을 주장하였는데, 시대를 앞선 통찰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흡연이 중독이 아닌 사회적 습관이라는 시대의 견해를 부정하며, 니코틴을 전달하는 수단 자체를 대체하여 중독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졌었죠. 금연 방식에 관한 토리지안의 믿음과 집착은 실패 이후에도 꺾이지 않았으며, 꾸준한 연구와 개선을 위하여 노력합니다. 결국 그는 1990년대 후반 BRAVO를 재출시 했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금연 효과와 맛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또 한 번 시장에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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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지안은 2021년 말에 99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지만, 그의 선의와 대체 담배 개발을 향한 꿈은 여전히 세상에 남아 있습니다. 찻잎, 연꽃, 치커리 등으로 만든 대체 담배의 특허는 꾸준히 등록 되는 중이며, 그것을 금연 보조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은 2025년 현재에도 계속되는 중입니다. 만약 이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담배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된다면... 구독자 여러분은 담배를 끊으실건가요? 일단 전 아닐 것 같습니다. 토리지안의 상추를 향한 집착만큼, 제 담배를 향한 집착도 강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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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로 만든 파이프, 콘콥 파이프(CornCob Pipe)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겉모습만 보면 조악한 장난감 같지만, 의외로 오랜 역사를 지닌 물건입니다. 19세기 미국 농가의 소박한 발명품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가장 오래된 흡연 도구 중 하나죠. 만화 속 뽀빠이, 그리고 맥아더 장군의 입가를 지키던 그 상징적인 파이프가 바로 콘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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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6] General of the Army Douglas MacArthur smoking his corncob pi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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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콥 파이프의 역사는 미국 중서부 농가에서 시작됩니다. 담배를 즐기고 싶었지만 브라이어나 같은 고급 파이프는 사치였던 시절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남은 옥수수의 속껍질을 잘라 속을 파고, 갈대나 대나무를 꽂아 직접 파이프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투박한 파이프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가볍고 싸고, 쉽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농가의 한켠에서 시작된 물건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오늘날까지도 같은 형태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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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콘콥은 흔히 첫 관문처럼 여겨집니다. 만 원 남짓이면 하나쯤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싸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내열성과 내구성이 낮아 장시간 피우면 쉽게 그을리거나 바닥이 타버립니다. 옥수수 특유의 단내가 연초의 향과 섞여 처음 피워보는 사람에게는 낯선 맛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브라이어나 메어샴처럼 묵직한 존재감이 없어, ‘내 파이프’라는 감각을 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금세 흥미를 잃고, 서랍 어딘가에 처박아두곤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콘콥을 찾는 순간은 반드시 생깁니다. 무게가 가벼워 야외용이나 휴대용으로 적합하고, 새로운 블렌드를 시험할 때도 부담이 없습니다. 고가의 파이프를 꺼내기 망설여질 때 손이 먼저 가는 도구인 것이죠. 불안정한 만큼 다루는 재미가 있고, 값이 저렴하니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하기에도 좋습니다. 실제로 콘콥만을 고집하는 마니아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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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9] Diplomat pipe app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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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콥 파이프는 한 번도 유행한 적이 없고, 고급의 반열에 오른 적도 없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조용히 스스로의 역할, 즉 연기를 전달하는 일에만 충실한 도구죠. 과하지 않고, 꾸밈이 없으며, 싸고 단순한 만큼 인간의 습관과 호흡이 그대로 스며드는 파이프. 그래서 콘콥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가장 값싼 파이프이자 가장 정직한 파이프'로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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