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다 갔어도 상관없어! 연휴가 남았으니까!
9월이 끝나가고, 추석 황금 연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처럼인 긴 연휴, 여러분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생각해보면, 흡연자에게 명절은 가혹하기도 합니다. 집안 어른 눈치보랴, 놀러온 어린 조카 눈치보랴 나가서 담배 피기도 쉽지 않은데, 어쩌다 흡연 사실이 들통나면 꼭 한 소리 듣기 마련이니까요. 그럼에도 꿋꿋이 흡연할 구독자님들을 위해서, 저희는 어김없이 여러분 곁에 찾아왔습니다. 2주간의 연휴, 어떤 담배와 함께 하실지 잘 고민해보시길 바라면서...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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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와 파이프는 얼핏 비슷해 보입니다. 둘 다 천천히 즐기는 담배이고,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아 있죠. 하지만 다릅니다. 시가는 불만 붙이면 길게 숨을 고르며 여유를 맛볼 수 있지만, 파이프는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섬세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제 맛을 드러냅니다.
흡연이라는 동일한 행위 안에서 갈라지는 두 갈래. 여러분은 어느 쪽에 끌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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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핑은 철저히 아날로그적인 흡연 방식입니다. 파이프에 연초를 채우고, 불을 붙이고, 꺼뜨리고, 청소까지 마쳐야 비로소 한 번의 흡연이 끝나죠. 종이에 말아 대량 생산된 궐련이 대중화되면서 파이프는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점차 밀려 비주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번거로움이 파이프만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피울 때마다 손이 많이 가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다른 흡연 방식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 따라옵니다. 오래 사용할수록 손때가 배고, 꾸준히 관리할수록 점점 '내 것'이 되어가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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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는 파이프와 달리 훨씬 직선적이고 완결된 경험입니다. 커터로 캡 부분을 잘라내고 불을 붙이면, 그 다음은 풍부하고 농밀한 맛을 음미하는 일만 남습니다. 흡연 도중 너무 세게 빨면 화상을 입는 등 주의할 점은 있지만, 그 요령을 익히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파이프처럼 번거로운 절차가 따라붙지 않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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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의 본질은 담뱃잎 자체에 있습니다. 포장지, 바인더, 필러로 겹겹이 감싸 완성되는 독자적인 가공법은 시가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줍니다. 말리고 발효시킨 잎을 다시 잎으로 감싸 뭉쳐놓은, 그야말로 순수한 담배의 집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돌돌 말린 한 개비 안에 담뱃잎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타오르는 것이 바로 시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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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를 가르는 뚜렷한 기준 중 하나는 비용입니다. 시가는 한 개비 자체가 고가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원한다면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파이프는 본체와 도구를 갖추는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단 장비를 마련하고 나면 잎값은 훨씬 저렴합니다. 좋은 시가 몇 개 값으로 파이프는 수십 번을 즐길 수 있죠.
또, 파이프는 다 태우고 나서도 도구가 남습니다. 약 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형태의 파이프는 단순한 흡연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장신구에 가깝습니다. 여러 개를 구비해 로테이션하며 피우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은 시가에서 맛볼 수 없는 영역이죠. 시가는 다 태우면 사라지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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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는 강렬한 풍미, 말 그대로 담뱃잎의 순수한 맛을 보여줍니다. 두껍고 밀도 있는 연기가 흡연 내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죠. 흡연법도 파이프만큼 까다롭지 않아, 느긋하게 사치를 즐긴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시가는 안정적이면서도 충만한 경험을 선사하는 담배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파이프는 블렌드와 가향을 통해 훨씬 넓고 다채로운 세계를 펼칩니다. 단일 연초만으로도 즐길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연초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현대에는 초콜릿이나 커피, 체리 향을 더한 연초 등,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죠. 또 사용하는 파이프에 따라서도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그러나 변주가 많은 만큼 관리의 수고도 뒤따릅니다. 앞서 피운 연초의 향이 다음 흡연에 남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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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Vintage Pipe Drawings courtesy Uptow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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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시가는 위스키에, 파이프는 맥주에 비유되곤 합니다. 꼭 들어맞는 비유라고 보긴 어렵지만, 시가가 더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여유의 이미지인 것은 사실입니다. 값비싼 시가 한 대에 불을 붙이고 묵직한 맛을 음미하는 시간은 위스키 한 잔처럼 특별한 호사를 누리는 순간과 닮아 있죠.
반대로 파이프는 훨씬 정성이 담깁니다. 연초를 채우고, 파이프를 분해하고, 청소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흡연의 일부가 됩니다. 번거롭지만 그 과정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밀도와 사색의 깊이가 있습니다.
결국 시가와 파이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슬로우 스모킹'의 미학을 드러냅니다. 시가는 화려하게 순간을 장식하고, 파이프는 과정을 통해 시간을 쌓아갑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경험 모두 잠시 호흡을 늦추고 연기 속에서 여유를 찾는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를 공유하죠. 그래서 시가와 파이프의 차이는 대립이라기보다, 흡연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또 다른 변주라 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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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의 효능(?)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by. s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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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담배가 필요해..."라는 기분을 언제 느끼시나요? 이른 아침 잠에서 깨기 위해, 식사 후 소화를 위해, 긴장을 풀기 위해 등등... 각자의 이유와 타이밍이 있으실겁니다. 오늘은 우리가 흡연 후 느끼는 효과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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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연초지극락 - 밥 먹고 난 뒤 피운 담배는 천국과도 같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저도 꽤나 공감하는 문구인데요, 어쩐지 소화도 잘 되는 기분입니다. 둘 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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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6] 진정한 세트 메뉴, 밥과 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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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 흡연하면 담배의 단맛을 내는 페릴라르틴 성분이 몸에 더 잘 흡수돼, 담배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건 사실이었네요! 그렇다면 소화와 관련된 부분은 어떨까요? 니코틴은 위액 분비를 불균형하게 만듭니다. 위산의 분비가 많아지면 잠시나마 소화에 효과를 볼 수 있을진 몰라도, 장기적으론 위액 분비의 균형을 깨뜨리고 위점막을 자극하여 소화불량과 소화성 궤양의 위험을 높입니다. 흡연이 소화에 도움 되는 것은 심리적 습관이나 일시적 자극으로 인한 착각에 불과하다는게 정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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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을 깨기 위해(각성) 담배를 피우고, 긴장을 풀기 위해(진정) 담배를 피웁니다. 각성과 진정이 동시에 가능할까요? 담배, 그리고 니코틴의 진짜 효과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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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이 몸으로 흡수되면, 기본적으로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방출이 증가됩니다. 아드레날린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도파민은 기분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만 들으면 각성에 훨씬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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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극 효과를 얻으려는 흡연자는 짧고 빠르게 담배를 피우며, 긴장을 풀고자 하는 흡연자는 깊고 길게 피우는 흡연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짧고 빠르게 담배를 피우면 상대적으로 낮은 혈중 니코틴 농도를 만들어냅니다. 이 수준의 니코틴은 위 설명처럼 각성에 효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깊고 길게 담배를 피운다면, 혈중 니코틴 농도가 더 높아지며 세로토닌과 아편제의 효과 또한 향상시켜 평온 및 진통 효과를 일으킵니다. 흡연 방식에 따라 신경계에 니코틴이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흡연자마다 느끼는 효과가 다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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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흡연 후 식욕감소를 통해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려 합니다. 그런 가벼운 이유로 흡연하지 말아줘.. 정말 과학적으로 흡연이 체중감소에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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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니코틴은 체중 감소와 관련 있습니다. 비만을 치료하는 항비만 치료제는 대부분 교감신경 자극제인데, 니코틴도 교감신경을 자극합니다. 자극 받은 교감신경은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증가시킵니다. 이 물질들은 뇌와 지방세포 등에 영향을 주는데, 기초대사율을 높이고 지방조직의 열발생을 증가시켜 에너지소비를 증가시키고, 식욕까지 떨어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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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흡연은 다이어트에 도움되지 않습니다. 한 연구 결과는 흡연자의 평균 체중이 니코틴은 내장지방 축적을 증가시키고, 니코틴 중독 상태에서 제일 흔한 금단증상은 폭식이죠. 흡연의 가장 큰 부작용인 폐활량 감소가 유산소, 무산소 운동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결국 운동량과 효율이 줄어들어 체중은 서서히 증가하고 말죠. 즉, 단기적으로라면 몰라도, 장기적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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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흡연을 하면서 느낀 것들이 기분 탓인줄 알았건만, 의외로 과학적인 근거들이 모두 있는 것이였네요. 하지만 저는 담배를 무언가 얻기 위해서 피우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담배를 즐길 뿐이죠. 저희 담최몇 구독자 여러분도 담배와 니코틴의 효능보다는 맛과 향, 그 자체를 사랑해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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