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을 권함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금연 이야기가 나옵니다. 깊이 고민해서라기보다는, 이 시기엔 으레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하는 결심에 가깝죠. 달력이 바뀌면 함께 따라오는 다소 형식적인 다짐들입니다. 아마 담최몇은 그 가운데서 유일하게 흡연을 권하는 뉴스레터가 될 것 같습니다.
담최몇이 권하고 싶은 흡연은 충동이나 방치에 가까운 습관이 아닙니다. 고르고, 알고, 즐기는 취미로서의 흡연입니다. 무엇을 피울지 선택하고, 그 선택에 어떤 기준이 있는지, 피우는 시간을 어떻게 대할지까지 포함해서요. 흡연에는 생각보다 많은 선택이 개입되고, 그 선택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만의 취향과 태도가 드러납니다. 저는 흡연이 하나의 개성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새해에도 담최몇은 흡연을 취향의 영역에서 다룹니다. 아무 생각 없이 태우는 담배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즐기는 담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담최몇 시작합니다.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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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레이먼드 로위는 '산업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의 활동기 동안 백화점, 자판기, 가전, 자동차...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산업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일 유명하고 대중적인 작업은 '로고'입니다. 수많은 로고들 중 저희가 궁금해 할 그의 유산은 미국에 하나, 그리고 또 하나는 일본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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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산업 디자이너 Raymond Loew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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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아메리칸 타바코 사장 조지 워싱턴 힐은 로위에게 럭키 스트라이크를 보여주며, 담배의 디자인을 개선해준다면 5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당시의 럭키스트라이크 담배는 현재와 비슷하지만, 초록색 바탕과 알록달록한 띠, 그리고 글자들로 이루어져 있었죠. 로위는 한달만에 아래와 같은 디자인으로 5만 달러를 받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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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의 요지는 3가지 입니다.
- 인쇄에 사용되는 색상과 잉크의 양을 줄인다.
- 과녁 모양 로고를 정리하고 앞뒷면에 모두 인쇄한다.
- 필요 없는 문구는 옆면으로 밀어내고, 브랜드를 강조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는 더 눈에 띌 수 있었고, 생산자는 원가를 낮춰 이윤을 더 남길 수 있었죠. 이 디자인은 로위의 MAYA(Most Advanced Yet Acceptable)원칙 - "가장 앞서 있지만, 여전히 받아들일 만한 수준까지만 혁신하라." 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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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1] 리뉴얼 전과 리뉴얼 후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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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 일본담배공사는 "피스"의 새 디자인을 로위에게 의뢰합니다. 그는 최초에 존재하던 디자인 요소를 대부분 걷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대수술을 진행합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비둘기가 올리브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그림으로 제품이 전달하려는 이미지를 표현했고, 짙은 남색(일명 "피스 네이비")과 금색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담배공사는 로위에게 100만~150만엔을 디자인 보수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 총리의 월급이 약 11만엔 정도였다고 하니, 실감이 되시나요? 물론, 새 디자인 도입 이후 피스의 판매량은 약 3배로 늘었다고 하니 윈윈이었던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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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담배의 디자인은 하나의 문법을 공유합니다. 정보를 줄이고 상징을 키울 것. 두 디자인 모두 브랜드명, 심벌, 색의 대비만 정면에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패키지 측면이나 후방으로 숨기는 전략을 채택했죠. 이 전략의 성공은 업계의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럭키 스트라이크의 성공으로 패키지 디자인은 공정의 비용을 줄이고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디자인이 대세가 되었으며, 피스의 성공은 일본에서 디자이너에게 고액을 지불해도 더 많은 이익이 돌아온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두 담배의 성공이 산업 디자인의 흐름과 직업적 위상을 크게 올린 계기라니, 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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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담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입니다. 연경, 담배의 모든 것. 실학자 이옥(李鈺)이 자신의 담배 사랑을 숨김없이 담아낸 저술로, 이름 그대로 ‘담배의 경전(烟經)’이라 불릴 만한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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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朱子는 사물의 이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화병花甁, 꽃병에는 화병의 이치가 있고, 서등書燈, 글 읽을 때 켜놓는 등불에는 서등의 이치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른바 도리라는 것은 이렇게 하면 되고 이렇게 하면 안 되며, 이렇게 하면 좋고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은 것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그저 한가하고 여유로운 일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꽃병이나 글 읽을 때 켜놓는 등불에 비교하면 오히려 더 긴요한 물건이다. 그러니 어찌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도리가 없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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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의 백미는 담배를 하나의 ‘도리’로 끌어올리는 대목입니다. 주자의 말을 빌려, 꽃병에는 꽃병의 이치가 있고 등불에는 등불의 이치가 있듯이,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도 마땅한 이치가 있다는 주장이지요.
이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용(烟用)담배의 쓰임, 연선(烟宣)담배 피우기 좋은 때, 연기(烟忌)담배 피우지 말아야 할 때, 연미(烟味)담배가 맛있을 때, 연오(烟惡)담배 피우는 것이 미울 때 등 모두 열 가지 항목으로 담배의 세계를 정리하며 그 안에서 ‘격’을 찾고자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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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가 한 길이나 되는 긴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서서 피운다.
또 가끔씩 이 사이로 침을 뱉는다. 가증스러운 놈!"
"길 가는 사람을 가로막고 한양의 종성연(鐘聲烟-아주 비싼 담배) 한 대를 달랜다.
겁나는 놈이다."
"대갓집 종놈이 짧지 않은 담뱃대를 가로 물고 그 비싼 서초(西草)를 마음껏 태운다.
그 앞을 손님이 지나가도 잠시도 피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몽둥이로 내리칠 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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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하의 일은 모두 제각기 격이 있다. 그 격을 잃으면 곧 어색해진다”고 말하며, 담배를 피우는 일에도 마땅한 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청소년의 흡연 문제, 비싼 담배 한 대를 그냥 요구하는 이야기(?), 침이나 길빵(?)까지, 이옥의 논의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유효한 것 같죠.
조선시대에도 담배를 둘러싼 고민과 애정이 이토록 치열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담배를 피우는 오늘의 풍경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담배가 좋으냐 나쁘냐를 넘어서 담배는 무엇이고, 어떻게 피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태도. 《연경》은 그 질문을 아주 오래전에 이미 던져 놓은 책입니다. 꽃병에는 꽃병의 도리가, 담배에는 담배의 도리가 있다면... 담최몇의 도리는 이런 글을 혼자 읽지 않고 나누는 일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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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배에 심한 고질병이 있다. 담배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남들이 비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망령을 부려 자료를 정리하여 저술을 정리하여 내놓는다. 엉성하고 그릇되고 거칠고 더러워서, 숨겨진 사실을 드러내고 비밀스런 이치를 밝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담배를 기록하여 저술한 의도만은 위에서 말한 주록(酒錄)이나 화보(花譜)를 저술한 의도에 거의 부합한다고 자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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