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최몇을 구독해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긴 연휴, 늦잠을 자고 일어난 후 담배 한 모금으로 잠을 깨우고,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운 뒤 느긋한 식후땡. 그리고 오후의 여유 속에서 또 한 대. 담최몇은 바로 그런 '담배 타임'에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흡연 뉴스레터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그 여유, 때로는 잠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담배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하니, 담배를 피우며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담배 한 대와 함께하는 짧은 순간, 담최몇을 읽으면 담배가 더 맛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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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구매하고 갑을 열면 처음 보이는 것은 담배의 필터 부분입니다. 이 필터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담배가 처음 공산 제품으로 생산되었을 때부터? 혹은 한참 후에? 그 기원과 발전을 따라가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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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담배는 그저 얇은 종이를 사용해 담뱃잎을 말아 놓은 제품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흡연 도중 담뱃잎이 입에 들어가기 일쑤였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흡연을 처음 시작한 여성들의 구강 위생을 목적으로 1925년에 원시적인 필터가 개발되었고, 특허를 취득하였습니다. 딱 100년 전 이야기군요.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필터담배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저 특수한 상품에 불과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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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 여성은 언제나 담배 회사들이 노리는 고객층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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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흡연과 건강의 상관관계가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상대적으로 타르와 니코틴 수치가 낮다고 홍보 되는 필터담배의 수요가 급증합니다. 제조사 또한 같은 길이의 논-필터담배보다 사용되는 담뱃잎의 양을 줄일 수 있었으니, 소비자들의 니즈와 제조사의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필터담배는 시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담배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각종 필터를 선보입니다. 그 중엔 아찔한 화학물을 첨가한 필터들도 있었는데...
- 석면(1군 발암물질) - 연기 속 입자 흡입력 증대를 위해서 사용
- 디에틸렌 글리콜(부동액, 코팅 등) - 흡습성이 특징, 석면과 같은 이유로 사용
- 베이클라이드(페놀-포름알데히드) - 단단하고 열에 잘 녹지 않는 특성이 있음
흡연보다 인체에 유해한 필터들은 얼마 안 가 모두 퇴출당하지만, 필터담배 그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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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3] 담배회사의 주력 품목이 된 필터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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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는 화학자 클로드 티그가 연기에 노출되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필터를 개발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변색을 보여줌으로 필터가 기능한다고 믿게 하고, 몸에 덜 해롭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죠. (물론 필터가 유의미한 타르/니코틴 거름망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입니다) 이즈음을 기점으로 필터는 담배의 옵션 부품에서 필수 재료로 거듭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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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4] 흡연 전 필터(좌), 연기에 노출된 클로드 티그의 필터(우)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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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필터는 그저 타격감이 적은(부드러운) 제품을 위해 사용됩니다. 현대적 필터의 주성분인 플라스틱 셀룰로스 아세테이트 섬유는 무독성 물입니다만, 분해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큰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담배꽁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인공적 폐기물"(1년간 약 4조 5천억 개!)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고 말았죠.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통해 필터를 친환경적으로 만들거나,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못한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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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5] 국내 연구진은 담배필터로부터 얻은 에너지 저장소재를 슈퍼커패시터(대용량축전기) 전극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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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로, 카멜 하면 생각나는 갈색 필터, 그 색과 무늬는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요? 바로 최초의 필터가 코르크를 사용하여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본 따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꽤 근본 있는 디자인이었네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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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6] 자세히 보다보니 코르크 같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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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산책] 계절의 변곡점, 담배 한 모금 by. 말과 보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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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7] "Come to where the flavor 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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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는 하루 안에서도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듯합니다. 한낮엔 반팔 차림으로 충분할 정도지만, 해가 지면 공기가 급격히 식어 쌀쌀하다 못해 코끝이 시립니다. 아침엔 봄, 낮엔 여름, 밤엔 가을이 잠시 들렀다 가는 셈입니다.
이럴 땐 담배 한 모금의 느낌도 시간에 따라 다릅니다. 오후의 강한 햇볕 속에서 몸이 나른해질 때, 담배 한 대는 일종의 경계를 설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한 모금의 연기를 들이마시면 나른해진 몸이 잠시 긴장을 되찾고, 흐트러졌던 집중력도 다시 잡히는 기분이 듭니다. 여기서 담배 한 대는 일종의 리듬을 되살리는 작은 의식 같은 것이죠.
반면 밤이 되면 공기가 한층 차가워지고, 그 속에서 마시는 연기는 낮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서늘한 공기를 지나 입에 닿는 연기는 평소보다 더 강하게 남고, 담배를 쥔 손끝으로 계절의 변화가 미세하게 전해집니다. 어두운 배경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는 낮보다 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고, 주변이 고요한 만큼 담배가 타들어가는 소리도 더욱 뚜렷하게 들립니다. 이 때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바뀌어가는 시간과 날씨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감각적 순간이 됩니다.
담배 한 대는 참 한결같으면서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담배를 어떻게 피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유로운 연휴를 맞이한 만큼, 습관처럼 피우기보다는 담배와 주변의 공기에 조금 더 집중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감각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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